1. 유전적 기전과 DNA 복구 시스템의 붕괴
헌팅턴병은 HTT 유전자의 CAG 삼염기 반복 확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10만 명이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 질환은 주로 중년기에 발병하며, 운동 장애(무도병), 인지 저하, 정신적 변화 등을 동반합니다. 정상적인 HTT 유전자는 약 10~35번의 CAG 반복을 가지지만, 헌팅턴병 환자에서는 이 반복 횟수가 36번 이상으로 확장됩니다. 반복 횟수가 많을수록 질환 발병 연령이 낮아지고 증상이 더 심각해집니다.
정상적인 HTT 단백질은 뉴런의 DNA 복구 메커니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전사-결합 DNA 복구(TCR) 과정에서 RNA 중합효소 II가 손상된 DNA 부위에 정체될 때, HTT 단백질은 XPG(Xeroderma Pigmentosum Group G)와 협력해 손상을 제거합니다. 그러나 CAG 반복 확장이 일어나면 변형된 헌팅틴 단백질(mHTT)이 생성되며, 이는 DNA 복구 과정을 방해합니다. 2024년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mHTT가 PARP-1(Poly [ADP-ribose] polymerase 1)과 결합해 DNA 단절 부위를 표지하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로 인해 뉴런 내 DNA 손상이 축적되고, 유전체 불안정성이 증가하며 뉴런 사멸로 이어집니다.
또한, FAN1(Fanconi Anemia-Associated Nuclease 1)과 같은 DNA 복구 단백질이 CAG 반복 확장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mHTT는 FAN1의 기능을 방해합니다. 헌팅턴병 모델 마우스 실험에서 FAN1 발현량을 2배 증가시켰을 때 뉴런 손상이 60%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반면, MSH3(MutS Homolog 3)와 같은 불일치 복구 단백질은 CAG 반복 확장을 촉진하며 질병 진행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5년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MSH3 억제를 통해 CAG 반복 확장을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되었습니다.
2. 뉴런 사멸을 유발하는 악순환: 산화적 스트레스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헌팅턴병에서 변형된 헌팅틴 단백질(mHTT)은 뉴런 사멸을 유발하는 여러 병리적 경로를 활성화합니다. 첫째, mHTT는 DNA 복구 실패를 초래하며, 이는 산화적 스트레스와 유전체 불안정성을 가속화합니다. 헌팅턴병 환자의 뇌 조직에서는 **8-하이드록시데옥시구아노신(8-OHdG)**과 같은 산화 손상 표지자가 정상인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산화적 스트레스는 뉴런 내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를 유발하며 에너지 생산 감소로 이어집니다.
둘째, 손상된 DNA는 ATM(Ataxia Telangiectasia Mutated) 키나제 경로를 과활성화시켜 세포 에너지 고갈을 초래합니다. ATM 과활성화는 뉴런 내 ATP 감소를 가속화하며, 이는 세포 생존에 필수적인 여러 대사 경로를 방해합니다. 셋째, 미토콘드리아의 전자 전달계 복합체 II 기능 저하로 인해 활성산소종(ROS)이 70% 증가하며, 이는 다시 DNA 손상을 촉진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2025년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은 헌팅턴병 모델 마우스에서 PGC-1α(Peroxisome Proliferator-Activated Receptor Gamma Coactivator 1-Alpha)의 발현 감소가 결정적임을 입증했습니다. PGC-1α는 미토콘드리아 생합성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로, 헌팅턴병 환자의 선조체에서 그 수치가 정상인의 약 30%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험적으로 PGC-1α 발현량을 50% 증가시킨 경우 뉴런 생존율이 45% 개선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PGC-1α를 활성화하는 약물이 헌팅턴병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3. 기존 치료법의 한계와 새로운 접근법
현재 헌팅턴병 치료제는 증상 완화를 목표로 하며 질병 진행 자체를 막지는 못합니다. FDA 승인 약물인 **테트라베나진(Tetrabenazine)**은 도파민 감소를 통해 무의식적 운동(쵸레아)을 조절하지만, 우울증과 파킨슨증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됩니다. 2024년 유럽에서 승인된 드우테트라베나진(DEU-TBZ)은 부작용 발생률을 약 20% 줄였으나 여전히 증상 관리에 머무릅니다.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유전자 침묵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uniQure사의 AMT-130은 AAV5 벡터를 이용해 mHTT mRNA를 표적하며, 뇌척수액 내 mHTT 농도를 약 39% 감소시켰습니다. Roche의 **톰세르센(Tominersen)**은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를 활용해 변형 헌팅틴 단백질 생산을 억제하지만, 투여 간격 조정 및 장기 안전성 검증이 필요합니다.
줄기세포 기반 치료도 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간엽 줄기세포(MSC)를 이용한 Cellavita HD는 임상 시험에서 운동 기능 점수를 평균 25% 개선했으나 장기적인 효과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또한 CRISPR-Cas9 기반 유전자 교정 기술은 정확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현재 표적 오류율을 기존의 0.7%에서 0.02%까지 낮춘 HiFi-Cas9 변이체가 개발되었습니다.
4. DNA 복구 시스템 표적 치료의 미래 방향
DNA 복구 시스템 자체를 강화하는 전략은 헌팅턴병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UCLA와 케임브리지 대학 공동 연구팀은 MSH3 단백질 억제를 통해 CAG 반복 확장을 약 70% 억제했으며, 이는 질병 진행 속도를 근본적으로 늦출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PARP 억제제는 PAR 생성 부족을 보완해 DNA 복구 효율을 회복시키며 기존 암 치료제의 재창출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는 AMT-130이 AAV5 벡터를 이용해 mHTT 발현을 억제하며 임상 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습니다. 동물 모델에서는 질병 진행 지연 효과가 확인되었으며, 인간 대상 임상에서도 약물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향후 CRISPR-Cas9 기반 교정 기술과 병행하여 사용될 경우 더욱 강력한 치료 효과가 기대됩니다.
2030년까지 헌팅턴병 유전자 치료 옵션이 환자의 약 절반 이상에게 적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DNA 복구 메커니즘 이해와 신약 개발 기술의 융합 덕분에 가능합니다.
결론: 유전체 안정성과 신약 개발의 융합
헌팅턴병은 유전체 불안정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입니다. DNA 복구 단백질의 역할과 이를 표적으로 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은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추고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용 문제와 장기 안전성 검증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과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출처
- UCL 연구: DNA 복구 단백질 MSH3 억제가 헌팅턴병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해당 연구는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게재되었으며, UCL과 케임브리지 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했습니다.
- UCLA 연구: DNA 불일치 복구 유전자(MSH3, PMS1)가 헌팅턴병 뉴런 손상 및 질병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연구는 Cell 저널에 발표되었으며, UCLA Health가 주도했습니다.
- 유전자 치료 개발: uniQure의 AMT-130과 Roche의 톰세르센(Tominersen)이 헌팅턴병 치료를 위한 유전자 침묵 기술로 임상 시험 중입니다. AMT-130은 AAV 벡터를 사용하며, 톰세르센은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ASO)를 활용합니다.
- CHDI 컨퍼런스: 헌팅턴병 치료를 위한 최신 기술과 연구 결과가 CHDI 주최의 HD Therapeutics Conference에서 발표되었습니다. RIDE 기술을 포함한 CRISPR 기반 치료법이 논의되었습니다.
- WHO 보고서: 글로벌 희귀질환 치료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AAV 벡터 생산 허브 구축 계획이 언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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