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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유전적 기전과 DNA 복구 시스템의 붕괴

by gogobig1 2025. 4. 8.

 

헌팅턴병의 비밀

1. DNA 복구 시스템의 중요성과 기본 메커니즘

DNA 복구 시스템은 유전체 안정성을 유지하며 암, 노화, 유전성 질환을 예방하는 핵심 기작입니다. 매일 세포는 자외선, 활성산소종(ROS), 화학물질, 복제 오류 등으로 인해 수만 건의 DNA 손상을 겪습니다. 예를 들어, 복제 중 발생하는 오류는 **부정합(mismatch)**을 일으키며, ROS는 단일가닥 절단(SSB) 또는 염기 손상을 유발합니다. 이러한 손상을 방치하면 돌연변이가 축적되어 **유전체 불안정성(genome instability)**으로 이어지며, 이는 세포 사멸, 노화, 악성 변환의 주요 원인입니다.

세포는 손상 유형에 따라 특화된 복구 경로를 활성화합니다. 주요 경로로는:

  • 염기 절제 복구(Base Excision Repair, BER): 작은 염기 손상(산화/알킬화)을 수리합니다. 글리코실레이스(Glycosylase)가 손상된 염기를 인지해 제거한 후, DNA 중합효소가 새 염기를 삽입하고 연결효소가 가닥을 연결합니다.
  • 부정합 복구(Mismatch Repair, MMR): 복제 오류로 생긴 염기 불일치를 교정합니다. MutS/MutL 복합체가 오류를 탐지하고, 엑소뉴클레아제가 잘라낸 후 재합성합니다.
  • 상동재조합(Homologous Recombination, HR)  비상동 말단 연결(Non-Homologous End Joining, NHEJ): 이중가닥 절단(DSB)을 복구합니다. HR은 정확한 템플릿을 사용해 오류 없이 복구하나, S/G₂기에서만 가능합니다. NHEJ는 빠르지만 오류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복구 시스템의 결함은 질환 발생 위험을 급증시킵니다. 예를 들어, MMR 결핍은 유전성 비폴립성 대장암(Lynch 증후군)의 90%와 연관되며, HR 경로 결함은 BRCA1/2 돌연변이와 유방암·난소암을 유발합니다.

2. 복구 경로 결함이 유발하는 대표적 유전 질환

가. BER 결함과 신경퇴행성 질환
BER 효소인 OGG1의 결함은 8-옥소구아닌(8-oxoG) 축적을 초래합니다. 이는 DNA 복제 시 시토신 대신 아데닌과 결합해 G→T 형전이를 유발하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조직에서 높은 8-oxoG 수치가 관찰됩니다. 또한, 파킨슨병과 연관된 PARKIN 유전자는 BER 효소의 활성을 조절해 미토콘드리아 DNA 손상을 복구합니다.

나. MMR 결함과 Lynch 증후군
MMR 단백질(MSH2, MLH1)의 기능 상실은 미세위성 불안정성(MSI)을 유발합니다. Lynch 증후군 환자의 장상피세포에서는 1,000배 이상의 돌연변이 빈도가 나타나며, 대장암·자궁내막암 발병률이 70~80%에 달합니다. 최근 연구에서 **바이칼레인(Baicalein)**이 MMR 결핍 암세포의 선택적 사멸을 유도해 치료제 후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 HR/NHEJ 결함과 유방암·면역결핍
BRCA1은 DSB 복구 시 RAD51과 협력해 템플릿을 안내합니다. BRCA1 돌연변이는 HR 효율을 70% 감소시켜 유방암 위험을 60%까지 높입니다. 한편, DNA-PKcs 결핍은 NHEJ 장애를 일으키며, 이는 **중증복합면역결핍증(SCID)**의 원인입니다.

3. 복구 시스템 붕괴의 분자적 메커니즘

가. 복제 스트레스와 노화
DNA 복제 시 포크 정지는 불완전한 복구를 유발합니다. 예를 들어, RAD51의 기능 저하는 복제 포크 붕괴를 초래해 세포 노화를 촉진합니다. 2023년 연구에서 RAD51 변이를 가진 장수 모델 생쥐는 조기 노화 현상을 보였으며, 이는 복제 스트레스와 유전체 불안정성의 상관관계를 입증했습니다.

나. ATAD5의 역할과 유전체 불안정성
ATAD5는 PCNA 단백질을 DNA에서 분리해 복제를 종료합니다. ROS에 의한 SSB 복구 시 ATAD5가 부족하면 PCNA가 과도하게 축적되며, 이는 DNA 중합효소의 정지를 유발해 **DNA 틈(nick)**을 증가시킵니다. 2021년 연구에 따르면, ATAD5 결핍 세포는 염색체 이상이 3배 많았으며, 이는 소세포폐암에서 흔히 관찰됩니다.

다. TONSL 유전자 변이와 골격계 질환
TONSL은 복제 후 복구(post-replication repair)에 관여하며, 돌연변이 시 스포나스트림 이형성증을 유발합니다. 이 질환은 척추·관절 변형을 특징으로 하며, 2019년 5개국 공동 연구에서 TONSL 변이 환자 12명이 확인되었습니다. TONSL 결핍은 복제 스트레스 해소 실패로 인한 세포 사멸을 초래합니다.

4. 치료 전략과 미래 방향

가. 표적 치료제 개발
MMR 결핍 종양은 **면역관문억제제(PD-1 억제제)**에 높은 반응성을 보입니다. MSI-H 종양은 네오안티겐이 풍부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효율적으로 인지하기 때문입니다. 2023년 FDA는 펨브롤리주맙을 Lynch 증후군 관련 암의 1차 치료제로 승인했습니다.

나. 유전자 교정 기술
CRISPR-Cas9은 겸상적혈구병 치료에 성공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환자의 조혈모세포에서 BCL11A 유전자를 교정해 태아 헤모글로빈 생산을 재개하며, 2025년 임상에서 97%의 증상 완화율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표적 오편집 2억 원 이상의 비용이 장애로 남아 있습니다.

다. NAD 보충과 노화 지연
NAD는 PARP1 활성화를 통해 BER을 촉진합니다. 2017년 연구에서 NMN(NAD 전구체) 투여는 노화 쥐의 DNA 손상을 40% 감소시켰으며, 인간 대상 임상(2024년)에서도 피부 노화 개선 효과가 입증됐습니다.

라. 글로벌 협력과 접근성 확대
WHO는 2030년까지 중저소득국에 AAV 벡터 생산 허브를 구축해 유전자 치료 보급을 추진 중입니다. 인도 젠릭스 바이오의 SCD-CRISPR-GX는 기존 치료비의 10% 수준으로, 희귀질환 치료의 민주화를 가능케 할 전망입니다.

결론: 복구 시스템 이해가 열은 의학적 혁신

DNA 복구 메커니즘의 붕괴는 유전체 불안정성을 통해 암·노화·유전질환을 유발합니다. BER, MMR, HR/NHEJ 경로의 결함은 각기 다른 임상 양상으로 이어지며, 표적 치료제 및 CRISPR 기술은 이를 역이용한 혁신적 접근법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비용 격차와 안전성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합니다. 유전체 복구 연구는 개인화 의료 시대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 참고 문헌

  • Lindahl, T. (2015). Base Excision Repair Pathway. Nobel Lecture.
  •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2023). DNA 복구 결함과 암 치료.
  • NHS England. (2025). CRISPR-Based Therapies for Sickle Cell Disease.
  • WHO Global Report on Rare Diseases. (2025).